라섹 수술을 하고 4일 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지루해서 죽을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눈이 좀 보여서 글을 써볼까 하는데. 이번 주와 지난 주에 (무척)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중 새로 알게 된 사실들과 든 생각들을 바로 공유해본다.
맥킨지 뉴스레터 - Climate Tech 비즈니스에 집중할 때?
4월 말 즈음부터 유명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해서 읽고 있다 (여기에서 구독해볼 수 있음).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이슈들을 정리해서 보내주는데, 퀄리티가 생각보다 높아서 만족하는 중. 맥킨지는 MBB 중에서도 정부, 공중 보건, 환경 등 굵직한 사회 안건들에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과연 명성에 걸맞게 요즘 보내주는 뉴스레터에서는 지속적으로 환경과 기후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Reaching net zero emissions is key to building environmental resilience and to realizing a future that delivers sustainable and inclusive growth.
Climate Tech의 중요성을 다룬 글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제는 친환경 기술을 만드는 것이 실제로 ‘돈이 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지구를 위한 기술이나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사회적 기업’이나 ‘윤리적 기업’으로 취급되었다면 이제는 진짜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면 갑부가 되는 듯한 느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테슬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예전에 한 선배께서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왜 만드는지 알아?”라고 질문하신 적이 있다. 나는 그 질문에 “뭐, 이 행성 구하자고 그러는거 아니에요?”라고 답했었는데, 선배께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니, 곧 있으면 화석 연료가 다 떨어져서 전기차를 만드는 거야. 더 팔리게 될 상품이니까.”
친환경 = 돈이 되어가고 있다는 또 다른 예시로 결제 솔루션 스타트업인 Stripe를 들 수 있다. Stripe는 최근에 Stripe Climate이라는 제품을 런칭했는데, 자사의 결제 솔루션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결제액의 특정 퍼센티지를 Carbon Removal Tech 후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물론 이 프로덕트 자체가 Stripe의 매출을 엄청나게 키워줄 것 같지는 않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플레이어가 기후 관련 제품을 런칭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상징적인 것 같아서 가져와봤다.
루나의 몰락 - 간략한 소감
크립토와 코인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루나가 몰락했다. 나도 얼마전에 5만원어치를 구입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1원이 되어있더라. 어쩌다 이런 사태가 되었는지 분석하는 글들은 이미 넘쳐날테니 나는 그냥 느낀 점 위주로 적어보겠다.
오늘 트위터에 들어가보니 급상승하는 키워드 중에 ‘코인충들’이라는 단어가 있던데, 대충 지금까지 “나는 너희들이 일할 동안 코인으로 돈 복사해서 부자된다”를 외쳐오던 국내 코인 커뮤니티에 대한 반발심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느낌이었다. 적극적으로 코인에 투자한 입장은 아니기에 둘 중 어느 편의 입장도 지지하지 않지만, 그저 조금 씁쓸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 이전에 뛰어난 기술을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할 정도의 창의적인 기술들이 인간의 지나친 탐욕과 결합하여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는 것 같아 서글펐다고 해야하나.
루나와 테라 커뮤니티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지만, 그 본질이 ‘돈’이나 ‘금전적 이득’이 되는 커뮤니티는 결국 어떻게든 sustainable하기 어려운 것 같다. 예전에 대학교 친구인 이브라힘과 디스코드 커뮤니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대충 요약하면:
나: (그 당시 우리는 새로운 크립토 관련 제품을 어떻게 런칭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일단 온라인에 홍보글을 올리고 디스코드 서버를 파면 되지 않음?
이브라힘: 근데 그러고 나서 뭐하려고. 어차피 사람들 들어와서 그냥 이름만 남기고 별 활동 없을텐데.
나: 흠. 그럴까?
이브라힘: 당연하지. 지금 크립토 디스코드 서버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솔직히 말하면 다 돈벌고 싶어서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야. 자기한테 이익이 있을만한 액션이 생기기 전까지는 굳이 커뮤니티에서 뭘 하지 않는다고.
이 대화가 오랜만에 떠올랐다. 실제로도 내가 속해있는 많은 디스코드 서버들을 보면 회원 수도 분명히 많고 규모도 큰데 정작 그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들은 별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애초에 거기에 들어가 있는 많은 사람들의 본질적인 동기가 ‘재밌는 걸 찾고 싶어서’가 아니라 ‘뭐라도 돈 될만한 걸 찾고 싶어서’이기 때문이지 않을까.권도형 대표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고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명의 기업가 지망생이자 후배의 입장에서 존경과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한국인 중심 팀이 만든 순수한 소프트웨어 프로덕트 중에 테라/루나만큼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프로덕트가 몇 개나 될까? 현시점에서 그 인지도로만 따지면 네이버 카카오를 제칠 정도이지 않을까? 비록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나 글로벌 기업을 창업하고 싶은 내게 테라 팀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이들이었다. 다가올 시대에는 어디서 회사를 시작하고 누가 회사를 시작하는지는 큰 족쇄가 되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 사람들. 좋은 끝을 맞이할 수 있기를.
나발 라비칸트를 드디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야기하던 라비칸트의 팟캐스트를 드디어 들어봤다. 보는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니까 들을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된 거지. 하여튼 아직 끝낸 건 아니지만 “How to Get Rich” 듣는 중인데 진짜 좋은 이야기 많이 하더라. 꼭 스타트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번씩 들어보는 걸 강추한다.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진 재능과 resource를 maximize해서 부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잘 제시해준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나발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궁금해져서 조금 찾아봤는데,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Spearhead라는 이름의 프로젝트인데, 성공한 창업자들에게 1M~2M을 지원해줘서 그 사람들이 다른 기업들에 엔젤 투자를 하도록 장려하는 단체인 듯. 초기 스타트업에 돈을 주고 육성해내는 단체들은 많이 봤어도, 엔젤 투자자를 육성해내는 단체는 처음 본 것 같아서 신기했다. 나도 나중에 성공하면 여기 힘 좀 빌려서 엔젤 투자자로 성공이나 하고 싶다.
기타 테크 소식
모교의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 총책임자셨던 Howie Rhee라는 분이 학교를 떠나서 크립토 스타트업에 합류하신다고 한다.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지금이 크립토 침체기이기도 해서 되게 재밌는 뉴스인듯. 참고로 저 Howie라는 분은 듀크 창업 네트워크의 아이콘과도 같은 인물이었음.
실리콘밸리 전문 매체인 미디어 스타트업 더밀크가 48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48억원 시리즈 A가 적은 규모가 아닐 뿐더러, 그것이 언론 스타트업에게 주어졌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했음. 어떻게 발전해나갈지가 궁금합니다.
정말 기타 소식들
요즘 서동현(빅나티) 노래를 많이 듣는데, 노래가 너무 좋기도 하고 나랑 나이 비슷한 애가 이미 저렇게 성공한 걸 보고 있으면 자극이 참 많이 된다.
추천곡으로는 최근에 새로 나온 벤쿠버랑 예전에 나왔던 Frank Ocean. 가사랑 인터뷰 내용을 조합해보면 둘다 오래 전에 이별한 첫사랑에 관한 노래같은데, 대충 첫사랑이 약간 유학 소녀같은 이미지였나 보다. 하여튼 아련하고 가슴을 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