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글은 The Flywheel - Million Dollar Newsletter 과 Nathan Barry - How Much Are 30,000 Subscribers Worth? 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직접 뉴스레터를 쓰게 되면서 새로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가 있다면 바로 롱폼 컨텐츠(Long-Form Content: 기사, 에세이, 블로그 글 등과 같이 특정 주제를 심도있게 다룬 긴 분량의 웹 컨텐트. 주로 텍스트 형테이고 요즘 유행하고 있는 숏폼 비디오 등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뉴스레터 생태계이다.
사실 긴 글을 쓰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메일로 발송하는 일은 트렌디한 비즈니스의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건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이나 화려한 이미지이고, 웹 유저들은 굳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복잡한 에세이를 읽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게 아니어도 좋은 공짜 컨텐츠가 인터넷에 널려있으니!).
따라서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것 또한 그다지 큰 돈벌이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나 또한 Deokhaeng’s Upwind를 돈을 벌기 위해서 쓰는 건 아니다. 매주 글을 쓸 때마다 느끼지만 컨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 대비 ROI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 것 같을 뿐더러,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처럼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팬덤을 모으기에 적절한 매체가 아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펼치는 한 남자가 여기에 있다.
“나는 Not Boring(지루하지 않음)이 이번년도에 $1M(한화 약 12억)을 벌어들였으면 좋겠어. 물론 이건 공짜 뉴스레터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난 이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해.”
Packy McCormick은 대체 무얼 하는 사람이길래 뉴스레터로 연 10억원을 땡길 수 있다고 믿는 걸까? 그것도 구독료를 따로 받지 않으면서?
지루하지 않은 (Not Boring) 뉴스레터
Not Boring은 상기의 Packy McCormick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공짜 뉴스레터로, 월요일과 목요일에 걸쳐 일주일에 총 두 차례 발송된다. 주로 다루는 분야는 IT와 기업 성장 전략으로, 특정 스타트업이나 테크 기업을 선정하여 Packy 본인이 그 회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회사가 어떻게 하면 더 커질 수 있을지를 담은 글을 써내린다. 최근에는 web3와 관련된 많은 글을 기고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에 따르면,
월요일: 비즈니스 세계의 지도를 뒤바꾸고 있는 트렌드, 전략, 회사, 그리고 프로토콜 (아마도 블록체인) 들에 관한 롱폼 에세이
목요일: 게스트 글, 광고주 회사에 관한 심층 분석 (Sponsored Deep Dives) 등
23년 1월 기준으로 Not Boring의 구독자 수는 약 17.7만여명에 달하며, 운영자인 Packy McCormick은 트위터에서 17.2만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구독자 수치로만 보았을 때는 무척이나 성공한 뉴스레터라고 평할 수 있겠는데…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Not Boring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할 수 있었으며, Packy McCormick은 Not Boring을 쓰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Not Boring의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앞으로 2주에 걸쳐서 그런 궁금증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이번주에는 Not Boring의 창업(?) 배경을 다루고, 다음주에는 수익 모델을 다뤄볼 계획. 이번주 글 제목 뒤에 (1)이 붙어 있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어떻게 보면 Deokhaeng’s Upwind 최초의 시리즈 연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원래는 한 편으로 Not Boring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가려고 했지만, 점점 조사를 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도 많고 Not Boring의 성장 스토리와 내가 Upwind에 관해 가지고 있는 계획의 연관성도 많은 것 같아서 두 편으로 나누기로 결심했다. 즐겁게 봐주세요.
그럼 바로 들어가보자.
건국신화
Not Boring은 아무래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아닌 뉴스레터이다보니 그 탄생 설화가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Nathan Barry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Packy McCormick 본인이 출연한 편이 있었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Packy는 Not Boring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해서 30,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뉴스레터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세세히 다룬다 (이 에피소드가 등록된 시점은 21년 5월로, 이때까지만 해도 구독자 수가 3만명 정도였나 보다).
이 팟캐스트의 내용을 살펴보고, 중요한 부분들만을 뽑아보았다.
Not Boring 초창기에, Packy는 대부분의 뉴스레터들이 그랬듯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들의 큐레이션"을 독자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냥 자기가 관심있게 읽은 링크들을 모아서 발송한 듯.
그렇지만 지금은 회사 하나를 토픽으로 삼아서 그 회사를 심도있게 분석함과 동시에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는지, 왜 더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수치적인 분석도 들어가고 재무적인 분석도 들어가지만 대체로는 정성적인 내용들이라고 한다)
Not Boring이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특정 회사들에 대해 내린 예측이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 예를 들어 21년도 초반에 트위터가 지금보다 더 큰 매출을 발생시키는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는데, 불과 며칠 뒤에 트위터 실적 발표와 더불어 주가가 27% 상승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20년도 11월에 슬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뉴스레터에 담았었는데, 한달 뒤인 12월에 세일즈포스가 슬랙을 30조원에 인수하는 일이 있었다 (아래가 바로 그 슬랙 뉴스레터다). 타이밍도 타이밍이지만 시장과 사업을 꿰뚫어보는 Packy의 능력도 뛰어났다고 평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Packy는 어쩌다 뉴스레터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그는 대학 졸업 후 월가의 투자은행에서 4년 정도를 일하다가 Breather라는 스타트업의 임원으로 이직을 한 상태였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지루해진 Packy는 글쓰기 수업을 하나 수강했는데, 그 수업의 과제 중 하나가 Substack을 시작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그는 300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지고 있었고, Substack 을 개설한 다음 무작정 트위터에 올려서 사람들한테 구독을 구걸했다. 일단은 20명의 구독자를 모으는 것이 과제였다고.첫 1년 동안은 그냥 링크같은걸 보내면서 Substack 을 explore 해보기만 했다. 자신의 인사이트나 생각을 담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보내고, 필요하면 요약하는 일을 한 것. Packy는 이 과정이 일종의 ‘기초 근육’이 생기게 해주는 운동과도 같았다고 설명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Breather에서의 일을 그만두게 된다. 이때 Not Boring의 구독자 수는 350명 가량. 이 시점에서 그는 자신이 새로이 할 수 있는 full-time job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어쩌면 뉴스레터 쓰는 것이 그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종의 테스트를 스스로 해보기 위해, 1차적인 목표로 20년도에 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해보자고 다짐한다. 그런데 코로나가 발생하게 되면서 비대면 서비스와 클럽하우스, Substack 등이 많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 여파로 20년도 말까지 Not Boring은 5천여명의 구독자를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Packy는 본격적으로 Not Boring을 수익화하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500명에서 1000명의 구독자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Packy는 자신이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시도해보고 싶은 수많은 것들의 리스트를 썼다. 마치 스타트업들이 AB 테스트를 진행하듯 자신의 뉴스레터를 가지고 실험을 해본 것. 그 중에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Product Hunt 런치였다고 전한다.
Not Boring을 원래는 월요일에만 발송하다가 점차 커지면서 목요일에 특정 회사에 대한 Investment Memo를 보내는 일도 시작했다. 목요일에 다루는 회사는 Not Boring을 스폰서해준 회사 (즉, 일종의 광고주) 혹은 Not Boring이 Syndicate을 통해 투자한 회사라고 한다 (Syndicate은 일종의 개인 투자 조합과도 같은 것인데, 다음주에 더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Packy는 또한 자신이 Not Boring에서 발송하는 글을 어떤 과정을 거쳐 써내는지를 설명한다. 팟캐스트 인터뷰 시점에서 주로 사용하는 노트 프로그램은 Roam Research 인 듯. 나중에 뉴스레터에서 다뤄야겠다 싶은 글이나 링크들에는 “Not Boring” 태그를 달아서 관리한다고 한다.
모아놓은 것 중에서 더 이상 쓸 소재가 없을때에는, 자기 자신이 흥미를 지닐만한 회사나 에세이 등이 있는지 트위터를 떠돌아다니며 뒤진다. 만약 그러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자신이 그 주제에 대해서 제공할 수 있는 ‘unique angle’이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Not Boring의 성공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나면,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역시 꾸준함과 성실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acky는 Not Boring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그다지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다. 많은 유명인이나 업계 셀럽들이 자신이 이미 지닌 유명세를 활용하여 뉴스레터나 블로그를 연이어 성공시키는 것과 다르게, Packy는 정말 평범한 IT 업계 사람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Substack의 발송 버튼을 누르고, 다양한 방식의 컨텐츠를 실험도 해보면서.
Not Boring 초창기에는 Packy가 매주 링크를 모아서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고향 친구들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Packy 얘 좋은 학교 가지 않았어? 근데 왜 요즘 이러고 있냐?
내가 Upwind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
글의 논리성을 고려한다면 내가 Upwind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먼저 적기보다는 내가 Upwind를 쓰는 이유, 내가 이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먼저긴 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다음주 뉴스레터에서 Not Boring의 수익모델과 같이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아껴두겠다.
Upwind 뒤에 담긴 큰 배경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Upwind의 단기적인 목표만큼은 모두와 명확하게 공유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것이다! 1차적으로 삼은 마일스톤은 100명을 모으는 것이었고, 지금 약 절반 가까이 온 듯 하다. Packy McCormick이 처음 Not Boring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다양한 형식의 글과 컨텐츠를 다뤄본 것처럼, 나도 다양한 시도를 한 뒤, 어떤 모습의 뉴스레터가 가장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래서 내가 구독자 100명(혹은 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은…
해외의 좋은 글 번역: 이미 지난주에 한번 시도해본 컨텐츠이기도 한데, 영문으로 된 글 중에서 좋은 것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폴 그레이엄의 에세이들만 해도 번역할 수 있는 것들이 수십 개가 넘는다.
흥미로운 사람 인터뷰: 아직은 구독자 수가 많지 않아서 파급력이 크지 않을수도 있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고 나면 스타트업 업계 사람들이나 내 주위의 흥미로운 사람들을 섭외하여 인터뷰를 진행해보고 싶다.
링크 큐레이션: 지금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것이긴 한데, 지금보다 양을 좀 더 늘려서 주별로 흥미로운 웹페이지들을 모아서 보내는 일. 링크 큐레이션에 집중하게 되면 내 생각을 좀 더 줄이고 몇 줄 짜리 요약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는 단점이 있다.
외부 필자 기고: 내가 아는 사람이나 독자 분들 중에 본인이 직접 쓴 단문이나 에세이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퍼뜨리기 위한 매개로 Upwind가 쓰여도 기쁠 것 같다.
영어 버전 Upwind: 영어로 롱폼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한국어로 적은 Upwind 내용을 번역하든 아예 새로운 글을 쓰든 해서 영어 버전으로도 뉴스레터를 작성해보고 싶다.
구독자 이벤트/설문: Upwind에서 어떤 글감이나 내용을 다루었으면 좋을지 지속적으로 구독자 분들께 여쭤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를 들면 특정 테크 이슈를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지 등의 요청. 시키시면 뭐든 해보겠다.
소셜 미디어 유료 마케팅: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Upwind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계정을 연 핵심적인 이유는 인스타그램 유료 마케팅을 태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조만간 광고를 돌려볼 예정.
이외에도 많은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보려 매일 노력 중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신박한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공유 부탁한다.
새로운 포맷의 글을 시도하느라 이번주 뉴스레터는 호흡이 좀 길었던 것 같다. 다음주 편도 아마 유사한 모습이지 않을까. 미흡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그럼 다음주에 이어지는 내용 <지루하지 않음 - 구독자 17만명 뉴스레터의 이야기 (2)>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지루합니다
지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