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제목을 ‘주간 업데이트’로 짓기는 했지만 적절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최신 뉴스에 기반을 둔 컨텐츠는 많이 없기 때문에. 그냥 내가 순간순간 관심을 가지게 되는 주제들을 무작정 나열하고 있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즐겁게 읽어준다면 난 만족한다.
그럼에도 사족을 더하자면, 요즘 스케일업에 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시말해 어떻게 하면 구독자 수와 인터랙션을 늘릴 수 있을지가 내게 주어진 숙제라는 것이지. 그러니 이 글을 즐겁게 읽으셨다면 substack 페이지에서 이전에 적은 글들도 한번씩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는 내용 있으면 주위에 공유도 좀 해주고 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번주도 시작해보도록 하자. 이번주 내용은 전반적으로 지난주보다는 알차게 구상되어 있다.
손정의에 관하여
난 원래도 손정의를 좋아했다. 아마 롤모델을 꼽으라고 하면 스티브 잡스, 손정의, 그리고 폴 그레이엄을 꼽을 거다. 그런데도 요즘 유독 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이유는 최근 읽고 있는 책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때문이다. 아직 다 읽은 건 아닌데 여러분께 강추한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만큼이나 손정의의 인생사를 파고들고 있고, 구성 또한 재밌고 흡입력있게 이루어져있다.
개인적으로 손정의는 스티브 잡스에 약간의 현실성이 가미된 케이스라고 생각되어진다. 물론 손정의의 인생에도 마법이나 기적같은 일들이 여럿 있기는 했지만, 손정의는 잡스와 달리 좀 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마치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처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손정의는 대학교를 무작정 때려친 잡스와는 달리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건너간 미국에서 UC 버클리에 입학,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이며 스탠포드, MIT 등 여러 대학원에 합격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비전과 카리스마성을 중요시하고 소프트뱅크 브랜드 자체가 손정의 한명에게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잡스와 많은 유사성을 보인다.
이런 손정의의 캐릭터성 때문에, 나는 내가 만약 나중에 큰 인물이 된다면 손정의와 가장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같은 한국계 인물이라는 것과 타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는 점에서 많은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요즘 유난히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이거다! 하면서 확 꽂히는 아이템이나 분야가 없었을 뿐더러 순수 기슬 이외의 필드들에도 관심이 많이 가서 (금융과도 같은). 그런 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손정의의 이야기에서 얻어가는 것 같다. 그것은 이른바 “군 전략”이라는 것 속에 있었는데, 군 전략이 무엇이냐 하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러 기업들을 혁신적인 형태의 조직 구조 안에 편입시켜 이끌어가겠다는 아이디어다. 손정의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자신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바로 그 군 전략의 기초가 되는 '조직 구조’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하나의 제품이나 브랜드는 아무리 오래 가더라도 그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기업들이 모여 이루어낸 조직은 그 이상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는 그런 군 전략의 일환으로 비전펀드를 출범시켰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많은 기업들에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그 기업들로 일종의 ‘군’ 을 이루고자 한 것.
비전펀드의 방대한 포트폴리오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도 손정의의 군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한 가지 브랜드나 아이템에 존속되기보다는 에너지 넘치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배우며 특정 분야가 아닌 세상 전체의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일을 하는 것이다. 동시에 투자와 기술 개발이라는 두 가지 분야에 다 걸쳐진 삶을 살아갈 수 있기도 하고.
이렇게 존경하는 손정의지만 요즘은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듯 하다. 고금리 시대, 크립토 판의 붕괴 (손정의도 FTX에 투자를 했었다고 한다), IPO/M&A 겨울 등이 찾아오면서 비전 펀드가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투자손실은 쌓이고 사람이 떠난다…손정의가 맞은 '진짜 위기'
개인적으로 손 회장이 아직 쓰러질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몇 년 안에 또다시 멋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아직 그에게는 최소한 “마지막 한 방”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이다 (아마 그가 거금을 들여 인수한 ARM이 그 한방일 가능성이 크다). 화이팅입니다, 회장님. 아마 이 뉴스레터 시리즈에서 손정의에 대해 다루는 것도 분명히 마지막이 아닐 겁니다.
The Browser Company - 미래는 웹 브라우저에 있다
The Next Big Thing이 요즘 나에게 물어보면, 난 웹 브라우저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
웹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들은 고도화되어가는 반면, 그것의 기반이 되는 도구인 브라우저는 너무 오랫동안 발전이 없었다: 이 점은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디폴트로 웹 브라우저가 수행해야 하는 기능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 주소창에 입력한 곳으로 우리를 잘 데려다주고, 탭 띄우고 닫을 수 있게 해주고, ‘이전’ 버튼 잘 동작하고. 90년대부터 그래왔듯이.
근데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브라우저는 훨씬 더 많은 기능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걸 가장 피부 와닿게 느낀게 크립토 붐이 일었을 때다. 그 이전까지는 크롬 익스텐션(extension)이라는 걸 들어보지도 않았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메타마스크(유명한 크립토 월렛)나 팬텀(솔라나에서 가장 유명한 월렛)을 다운받아 각종 web3 서비스 (P2E 게임이라던가, NFT 거래소라던가, DeFi 프로토콜이라던가)에 연결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브라우저가 온라인 세상에서의 신분증 역할까지 겸하게 된 시간들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web3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대 말에 이르러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트렌드는 SaaS가 되었고, 이제 전세계의 지식노동자들은 10년전이었다면 자기 로컬에 설치해서 이용했을 소프트웨어를 브라우저 상에서 곧바로 이용한다 (Github, AWS, 구글 독스, 노션, AirTable 등을 생각해라). 이렇게 우리가 웹에서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의 종류가 세분화되고 수준 또한 깊어진 만큼 브라우저가 그에 맞춰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 기능 또한 훨씬 그 가능성이 넓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닐까? 이제는 브라우저가 다시 한번 멋지게 변신할 때다 (첫 번째 변신은 크롬이 나왔을 때다).클라우드 비중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브라우저의 중요성은 os에 맞먹게 될 것이다: 미래는 클라우드다. 이 말을 더 이상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연 수십조의 매출을 내고 있고, (아직은 이르다지만) IoT와 ML을 개발할 때 많은 사람들은 클라우드를 이용한다. 웹 개발에 있어서도 netlify, vercel, heroku 등이 부상하면서 개발자들은 이제 본인들이 직접 웹 앱을 호스팅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배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통해 몇 분만에 웹 앱을 깔끔하게 온라인에 업로드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즉 우리가 컴퓨터상에서 처리하는 작업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형태의 컴퓨팅이 발전할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난 그 해답이 브라우저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이 클라우드로 옮겨간다는 것은 곧 로컬 컴퓨팅, 로컬 환경에서 실행하는 애플리케이션의 많은 수가 웹 환경으로 옮겨간다는 이야기다. 하여, 얼마나 성능적으로 뛰어나고 (메모리 용량과 정보 송수신 속도의 효율화) UX적으로 매끄러운 (고도화된 웹 앱들을 오늘날의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 사용하듯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브라우저가 출시되는지에 따라 클라우드 시대의 가능성이 달려있다고 본다.
클라우드 패러다임에서 웹 앱은 곧 로컬 실행 환경의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과 같고, 그렇다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그 앱이 실행되는 환경인 브라우저는 운영체제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브라우저가 혁신된다는 것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몇 가지 예를 가져와봤는데.
최근 트위터와 기술업계 사람들 사이에서 소소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The Browser Company의 Arc 라는 브라우저가 대표적 예시다. Arc를 한줄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간단하게 말해서 크롬의 기존 기능 중 마음에 안드는 UI를 다 뜯어고친 브라우저라고 할 수 있다. 크롬의 상단 탭 브라우징 대신 사이드바(sidebar) 브라우징이라는 패러다임을 지향하고 있고, 브라우징을 하면서 웹사이트를 스크래핑하거나 노트테이킹을 할 수 있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Browser Company가 내가 위에서 적어놓은 비전을 잘 구현하고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어떤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아래 글들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영어라 그렇지 글의 퀄리티 자체는 나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니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은 다른 Substack 운영자가 쓴 리뷰 글).
Protocol - The Browser Company
The Verge - Arc Web Browser Review
더 현대화된 브라우저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Arc 이외에도 존재한다. 최근 찾은 기업 중 하나로는 Synth라는 곳이 있는데, 리서치를 위한 브라우저를 표방하고 있다.
브라우저 자체를 개발하는 것 이외에도 브라우저의 기능을 향상시켜주는 확장 프로그램 (extension, addon 등) 을 개발함으로써 브라우저가 혁신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멀리갈 것도 없이 국내의 성공적인 크롬 익스텐션 스타트업 라이너가 있고.
물론 이런 브라우저 혁신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브라우저로 인해서 큰 혁명이 올 거였으면 구글 크롬 웹 스토어나 크롬 OS가 출시되었을 때 와야했지 않나? 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니까. 타당한 반박이고, 그래서 나 또한 지속적으로 더 깊은 조사를 해볼 생각이다. 과연 내가 얼핏 생각했을 때 찾아올 것 같은 이 변혁이 진짜로 올 것인지, 그리고 만약 찾아온다면 그 변화의 규모는 얼마나 클 것인지.
사실 오늘 적은 웹 브라우징의 미래에 관한 글은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생각의 예고편(?) 정도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 이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정돈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아마 이 주제에 대해 더 심도있게 공부를 해볼 것 같고, 관련된 프로젝트들도 기회가 되면 진행해보고자 한다. 다음번에는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다.
안데르센 호로위츠(a16z)의 근황
최근 FTX발 코인 충격으로 많은 투자사들이 손해를 봤는데, 그 와중에 web3 시장의 가장 큰 손이었던 안데르센 호로위츠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다.
Andreessen Horowitz dodged the FTX bullet was that skill or luck
위 Forbes Crypto 기사에 의하면 a16z는 FTX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a16z가 코인베이스 (FTX와 코인베이스는 둘다 거래소이기 때문에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볼 수 있음) 투자사였기 때문에 FTX에 투자를 할 각 자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a16z의 수익률 자체가 안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a16z의 크립토 펀드 밸류에이션은 22년 상반기에만 40%가 하락했고, 큰 실패를 맞이한 Helium 이나 Dfinity 같은 프로젝트들에도 투자를 했었다고 한다.
크립토 봄에는 정말 미쳤나 싶을정도로 거금을 크립토 시장에 풀던 a16z였는데, 시장이 매우 좋지 않은 요즘에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나 싶다. 아마 다시 찾아올 크립토 봄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난 개인적으로 크립토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아직 죽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혹시 반대 의견을 가지신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바란다. 흥미로운 대화가 될 것이다.
기타
언젠가 곧 커버하게 되겠지만, 노션 AI의 성능이 무척 좋다는 노마드 코더 선생님의 증언이다. 나도 곧 이런 generative AI 툴을 업무에 사용해 봐야겠다.
다이나믹 듀오와 릴러말즈의 신곡 <시간아 멈춰>가 꽤나 명곡이다. 연말 감성도 많이 난다. 영어 제목이 She Gonna Stop으로 뜨던데 (유튜브 뮤직에는)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