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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전세계 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하나인 레딧이 SEC에 기업 공개를 위한 양식인 Form S-1을 제출했다1.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문서 서두에 실린 레딧 공동 창업자 스티브 허프먼의 편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론 상장을 위한 공식 문서인만큼 허례허식과 보여주기식 미사여구가 많이 섞여있겠지만, 그럼에도 레딧이라는 회사의 정신과 방향성을 명확히 나타내는 글인 것 같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한다. 참고로 일전에 레딧과 web3의 접목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이번 글과 같이 읽어보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듯.
Deokhaeng’s Upwind - 레딧은 web3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아래부터 번역본 시작.
공동창업자로부터의 편지
저는 2005년 8월 13일을 레딧이 실제로 생명을 얻게 된 날로 생각합니다. 그 이전에도 몇달 간 웹사이트가 살아있기는 했지만, 그날 이전까지는 그 어떤 날도 프론트 페이지를 채울 만큼 유저들의 포스트가 충분히 만들어졌던 적이 없습니다. 그날 아침, 저는 레딧을 열었을 때 처음으로 홈페이지가 “진짜” 유저들의 포스트로 흘러넘치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레딧은 온갖 사건들로 붐비게 되었습니다. 2023년 12월에, 평균적으로 76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일 우리 웹사이트를 방문했습니다. 그들은 활기넘치는 커뮤니티, 그 누구나 그 어느 곳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타인과 연결되며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파고들 수 있는, 지속적으로 진화해나가는 공간의 일부가 되기 위해 레딧을 찾아옵니다. 사람들 대화의 주제는 숭고한 것에서부터 우스꽝스러운 것, 사소한 것에서부터 존재론적인 것, 만화적인 것에서부터 진지한 것에까지 이릅니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일을 겪고 있던, 그것은 무조건 레딧 상에 있습니다. 저는 특히 삶의 중요한 단계를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의존할 수 없을 때, 레딧이 대신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음이 자랑스럽습니다. 누군가는 자녀 교육에 문제를 겪을 때 도움을 얻기 위해 r/Parenting을 들어가 볼 것이고, 커밍아웃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r/lgbt에 물어볼 것이며, 술을 끊어내기 위해 r/stopdrinking을 찾아갈 것입니다(마치 내가 4년 전에 그랬듯이요).
레딧 속 커뮤니티들은 사람들을 제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정도로 돕습니다. 이에 기반한 잠재성을 레딧이 완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제가 2015년에 레딧 CEO로 복귀한 이유이며, 우리의 팀이 모든 것을 바쳐 일하는 이유요, 우리의 유저들이 그렇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면서까지 진실되고, 신뢰가며, 열정 넘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는 이유입니다. 레딧의 설립 이념 중 하나는 편집자와 관리자들의 손길을 타 보기 좋게 꾸며진 공간 말고 진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진짜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레딧은 자기 과시를 위해 최적화된 소셜 미디어가 아닙니다; 우리는 정직하고 진솔한 조언에 보상을 부여하는 커뮤니티입니다. 그리고 이는 곧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연애 조언에서부터 상세한 상품 추천에 이르는 모든 것에 관해 레딧을 믿는 이유입니다(그리고 구글에 무언가를 검색할 때 검색어 뒤에 “reddit”을 붙이는 이유기도). 우리는 인간에 의해 큐레이션된 단체, 호기심, 그리고 관용이 지닌 마법의 힘을 믿습니다. 레딧은 이러한 인간의 덕목들이 실현될 수 있게 하며, 이는 다시말해 저희(관리자)들이 대부분의 경우 멀리서 지켜만 봐도 된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또 다른 레딧의 중요한 특성은 우리가 사용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낼지, 익명으로 남을지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용자들이 현실 세계의 정체성과 온라인 세계의 정체성을 합치도록 강제하지 않는 것이 보다 더 존중적이고 안전하다고 믿습니다. 레딧은 사람들이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하며, 이는 사람들이 현실 세계 혹은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뤄질 수 없던 방식으로 경계를 풀고 솔직해지도록 함을 의미합니다. 요즘 우리 사는 지구를 둘러보면 세상 굴러가는 모습과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품고 등을 돌리기 쉽지만, 전 레딧에서만큼은 그 정반대를 경험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제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우리가 보통 평가하는 것보다 더 똑똑하고, 재밌고,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며 상냥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유저들이 인류의 어떤 특별한 부분집합에 속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평범한 보통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적절한 환경 속에 놓였을 때, 믿을 수 없는 성취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몇 번이고, 레딧 커뮤니티들은 정확히 그러한 환경들을 제공했고 선의를 위한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세계적인 움직임들을 시작하고 촉진시키면서요: 2015년 망중립성 캠페인, 2017년 March for Science 운동, 그리고 2021년에 개미 투자자들을 지키기 위해 r/wallstreetbets가 하나되었던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레딧 커뮤니티들은 또한 세상에 위기가 닥치자, 역사의 증인이 되어줌과 동시에 세계적 여론과 지지를 촉진시켰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r/worldnews가 그 소식을 다루고 레디터(Redditors)들이 넘칠 정도로 많은 지원/구호 활동을 기획했듯이 말입니다.
레딧의 다양성, 규모, 색채,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기 위해 저는 자주 레딧을 자라나는 도시에 비유하곤 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도시는 100,000여개 이상의 개성 넘치는, 서브레딧(subreddits)이라고 불리우는 동네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동네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슬랭, 바이브, 유머 감각, 그리고 명시적인 규칙과 암묵적인 규칙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관리자)가 이 커뮤니티들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레딧의 유저들이 그런 것이지요. 관리자들의 책무는 도시가 안전하고, 번창하며, 더 발전할 여지가 있도록 공용 인프라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것 뿐입니다. 물론 가끔씩 사람들은 규칙을 어기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며, 저희 관리자로 하여금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게 하기도 합니다-현실에서의 도시가 그러듯이요. 그러나 우리의 핵심적인 역할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레딧을 가능한 한 최대한 건강하고, 접근하기 쉬우며,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더 튼튼한 회사가 되기 위해 기업공개를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기업공개가 우리의 커뮤니티에게도 의미있는 이득을 가져다주길 희망합니다. 우리의 유저들은 자신들이 레딧 상에서 만들어낸 커뮤니티들에 대해 깊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이런 주인의식은 레딧 전체로까지 확장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신을 유저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대해 지닌 열정, 레딧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멋진 곳이 되기를 바라는 유저들의 열망, 그리고 우리 관리자들이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그들이 느끼는 실망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인의식이 실제 소유권에까지 반영되기를 원합니다-우리의 유저들이 실제로 우리의 주인이 되는 것 말입니다. 기업공개는 이를 가능케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레딧을 위해 기여한 유저들과 모더레이터들(moderators)이 레딧의 투자자들과 나란히 IPO 할 때 레딧 지분을 사갈 수 있도록 초대하고자 합니다2. 물론, 투자를 한 주주들이 우리의 유저가 되는 것 또한 매우 환영합니다. 추가적으로, 공개 기업이 되는 것은 우리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해주며 레딧을 만들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우리의 직원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게 해줍니다. 더불어 공개 기업이 되면 회사의 운영 상태를 바깥에 공개해야 될 의무를 지니게 되는데, 이는 레딧이 지향하는 투명성의 가치와도 궤를 같이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의 커뮤니티들이 만들어낼 긍정적 영향들을 더욱 돕고 우리의 미션(mission)과 맞아떨어지는 새로운 기회들에 투자하기 위해, 우리의 보통주 1% 정도를 커뮤니티와 연관된 프로그램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남겨둘(reserve) 것입니다.
저는 지금만큼 레딧의 미래가 기대됬던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플랫폼과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많은 기회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고, 레딧 위에서 이루어지는 상업활동을 통한 수익화, 그리고 데이터 라이센싱(licensing data)이 비즈니스 부문을 더 키워줄 겁니다. 레딧을 사용하기에 더 빠르고 쉬운 곳으로, 운영하고 모더레이트하기에 더 편한 곳으로, 그리고 연관성 있는 커뮤니티들을 탐색하고 찾기에 더 간단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시도는 오늘날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가 가장 집중하는 일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의 첫 번째 비즈니스는 광고이며, 크고 작은 광고주들 모두가 레딧이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의도 고객군(high-intent customers)이 모여 있는 장소임을 깨달았습니다. 레딧의 광고 사업은 빠르게 진화해 나가고 있으며, 우리는 아직도 이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과정의 초입에 놓여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유저 이코노미가 지니고 있는 성장 가능성 또한 이에 못지않게 신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레디터들이 기업가정신을 보이며, 레딧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의 한계선을 지속적으로 팽창시키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레디터들의 창의성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는 레딧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술감각이 뛰어난 유저들이 아바타를 만들면서 수백만 달러를 벌게 해줬습니다. 우리의 컨트리뷰터 프로그램(Contributor Program)은 유저들이 1대1로 서로에게 보상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개발자 플랫폼(Developer Platform)은 서브레딧의 정체성,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정의를 확장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레딧에 새로운 표현의 바탕(canvas)를 만들어놓을 때마다, 유저들이 그것을 놀라운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레딧을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확장시켜나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현재의 서브레딧들은 주로 컨텐츠와 대화를 위한 커뮤니티입니다. 앞으로의 서브레딧들은 레디터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미 유저들은 다양한 마켓플레이스들을 만들어냈습니다. r/PhotoshopRequest에서는 사진 편집 요청이, r/Watchexchange에서는 시계 매매 거래가, 그리고 r/artcomissions에서는 미술 작품 커미션 의뢰가 오갑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레딧의 방대한, 세상 모든 주제에 대해 떠들어대는 동시에 실제적이고, 시의적절하며,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인간 대화 모음집은 검색, AI 학습, 그리고 연구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소중한 데이터셋입니다. 레딧은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진실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인간-생성 경험(human-generated experience)의 뭉치 중 하나입니다. 레딧 데이터는 유저들이 대화를 나눌 때마다 끊임없이 자라나며 재생성됩니다. 세상이 점차 데이터 주도(data-driven) 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우리는 인간과 경험에 중점을 둔(human-and experience-focused)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데이터에 대해 지닌 이점과 지적 재산(IP)이 계속해서 미래 LLM들의 학습을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것을 기대합니다3.
레딧이 지금의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게 기여해준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직원들, 유저들, 그리고 모더레이터들에게. 우리에게는 많은 기회가 있으며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미션-세상에 커뮤니티, 소속감(belonging) 그리고 힘을 부여할 것(empowerment)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중요시하는 가치들을 훼손하지 않기-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스티브 허프먼
레딧의 주식, 그리고 IPO를 단순히 다른 회사 볼 때처럼 수치와 실적에 기반한 잣대로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이유. 게임스탑 사태를 기억하자. 커뮤니티의 결속이 어떤 파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도…
레딧을 엄청 열심히 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 대학 입시와 관련된 서브레딧 r/applyingtocollege을 많이 읽으며 잠시나마 인터넷 커뮤니티가 부여하는 소속감과 힘을 체험해본 적이 있다. 그렇기에 이번 IPO와 레딧의 미래가 더욱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IPO하기 이전에 재무적/수익성 측면에서 레딧을 분석해보고 싶긴 하다. 당장 다음주는 어려울 것 같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꼭 써보겠다.
기업공개 자체는 3월 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일부 레딧 유저들에게 DSP(Directed Share Program)를 통해 지분을 공모가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는데, 아마 이를 언급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레딧은 구글과 600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LLM 학습을 위해 레딧으로부터 데이터를 제공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