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주간 소식 모음으로 돌아왔다. 최근 Upwind에 오리지널하고 정성 담긴 글들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일단 독자 분들께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진행하려고 하다 보니(Pinpoint 글 리서치, 전역 후 준비 등) 집중력과 체력이 분산되기도 하고, 약간의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그래도 이제 전역까지 55일 밖에(?) 남지 않았고, 이번 주말만 지나면 긴 휴가를 나간다! 그러니 다시 심기일전하여 지난 일주일 동안 내가 관심있게 살펴본 것들을 여러분께 전달해보도록 하겠다.
레딧의 IPO
미국 현지 시각으로 3월 21일에 예고된 대로 레딧이 IPO를 진행했는데, 꽤나 성공적이었다.
Reddit IPO: Shares Pop 48% in First Day of Trading, Internet Company Nets $519 Million
레딧의 공모가는 주당 $34, 기업가치 $6.4B(한화 약 8.6조 원)가 되도록 산정되었다.
거래개시 된 21일에는 최고가로 $57.8을 찍었으며, 장 마감될 때에는 $50.44가 되어 시가총액이 $9.5B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주당 $46이고, 시가총액은 $7.3B이다. 첫 날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공모가를 상회하는 가격대가 형성되어가고 있으니 성공적인 IPO였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소셜 미디어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을 살펴보았을 때, 핀터레스트는 $23B, 스냅은 $18B. 아직 이들에 비하면 레딧은 갈 길이 멀다(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뜻일 수도).
레딧의 인지도와 영향력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수익성에 관한 것이다. 이에 관해 경영진은 광고를 통해 돈을 더 벌고, 레딧을 커머스 플랫폼으로도 발전시킬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가 되면서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레딧이 일반적인 소셜 미디어와 매우 다른 특성을 지닌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레딧은 유저들의 주인의식이 무척 강하며, 그만큼 유저들이 쉽사리 운영진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커뮤니티가 굴러가는 방식에 대해 자신들이 마음에 드는 것이 있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반응을 한다. 즉 지나친 광고나 레딧이 자체적으로 추가하는 커머스용 기능들을 유저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면(높은 확률로 그럴 것이라 본다) 그 자체가 수익화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그거고..레딧 IPO을 다룬 흥미로운 Substack 글을 찾아서 공유하고자 한다.
레딧의 IPO는 YC의 기원 서사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조각과도 같다. 레딧은 YC가 제대로 된 집단의 구색을 갖추기도 전에 폴 그레이엄의 멘토링을 받은, YC 사상 최초의 배치(Batch) 8개 회사 중 하나였다.
“레딧은 YC 회사 중 처음으로 IPO한 곳은 아니지만 특히 중요한 케이스로 느껴지네요. 가장 첫 번째 배치의 첫 번째 회사입니다.”
레딧의 역사 속에 수많은 YC 원년 멤버들과 YC 초창기 배치 회사들의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다.
샘 알트먼은 Loopt를 창업했을 때 레딧과 같은 배치에 속했었고, 레딧의 극 초기 유저 중 한 명이었으며 실제로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아마 이번 IPO로 돈 좀 벌었을 것이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유명한 천재 해커 애런 슈워츠 또한 레딧에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었다.
빌 게이츠 원자로
최근 워렌 버핏이 쓴 글들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게이츠와 버핏은 각기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젊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통점은 두 사람 다 세상을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영향 끼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버핏은 그 가치가 실현되는 방식이 투자이고, 게이츠는 기술혁신이라는 점이다.
그런 게이츠가 관심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 모듈식 원자로)이라고 한다. 2006년에 테라파워라는 SMR 연구개발 회사를 창업했다는데, 난 이제서야 그 소식을 들었다. 최근 테라파워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유는 이들이 미국 내 첫 소형원자로 착공을 6월부터 돌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기 때문.
Forbes - TerraPower: What We Know About Bill Gates's Nuclear Power Plant In Wyoming
빌 게이츠, 그리고 테라파워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원자력 발전을 통해 환경 문제(탄소 배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번에 만들어질 소형원자로는 미국 와이오밍에 지어질 예정이며, Natrium nuclear reactor라고 불린다.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이 기존의 물을 이용해 냉각되는 원자로와는 달리 액체 소듐을 이용해 냉각이 이루어지고, 융융염(열을 가해 녹여진 염) 기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갖춘 원자로이다. 이러한 특징들이 Natrium nuclear reactor를 현재의 원자로들보다 더 싸고 안정적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정부로주터 $2B의 보조금을 받았고, 따로 또 $1B의 투자를 밖에서 받아왔다.
원자로 자체는 2030년 완공 예정이다.
항공권 구매의 불편함
전역한 다음이나 말년 휴가 도중에 여행을 가는 것 때문에 최근 비행기 표를 구매할 일이 자주 있었는데, 이쪽 산업에 정말 많은 서비스들이 존재한다지만 아직까지 이상적인 항공권 구매 경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편하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많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비용을 더 절감하고자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여행 방식(왕복/편도), 여행 시간대(오전/오후/새벽/심야 중 언제 출발하고 도착할 것인지…) 등에 따라 항공편 가격이 상당히 달라지기 때문이다1. 여기에 서비스마다 존재하는 가격 차이를 감안하면 경우의 수는 더 많아진다.
그러니까 나는 딱 대략적인 여행 일정만 쥐어주면 이런 모든 경우의 수를 자동으로 가져와서 나한테 비교해줄 수 있는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GPT 플러그인 중에 쓸만한 녀석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평소에 챗GPT를 잘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어쨌든 대충 내 아이디어에 대한 예시를 들어보자면…
Q. 5일에 서울(ICN)에서 출발해서 뉴욕(JFK)에 도착하고, 똑같은 공항들에서 20일에 돌아오는 여행을 할 거야. 최적의 항공권을 찾아줘 .
A. 크게 두 경우로 나눠서 찾았습니다.
1번, 항공권 예매 사이트들에서 왕복 여행으로 티켓을 구입하는 경우:
Expedia에서는 5일 오전 9시에 출발하고, 20일 3시에 출발하는 티켓이 가장 쌉니다.
Agoda에서는…
Skyscanner에서는…
트리플에서는…
2번, 항공권 예매 사이트들에서 뉴욕으로 가는 여정과 돌아오는 여정을 각각 따로 구입하는 경우:
Expedia에서는…
이런 느낌.
도미니카 공화국의 시가(Cigar) 산업
세계 일주를 하면서 새로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 중 하나로 시가 산업이 있다. 보통 시가 하면 쿠바를 떠올리는데, 실제로 시가 산업은 쿠바 경제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다. 쿠바산 시가 대부분은 Habanos SA라는 회사에 의해 관리되고 수출되는데, 이 Habanos SA는 쿠바 정부가 지분을 대거 소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국영 회사다. 23년도에 Habanos SA의 매출은 $721M(한화 약 9600억 원) 정도였다. 시가를 제일 많이 사가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역시 위스키를 비롯한 사치품 시장의 큰 손 답다.
그런데 시가 하면 쿠바지만 순매출규모로만 따졌을 때는 쿠바를 넘어서는 생산국이 있으니, 바로 도미니카 공화국이다. 도미니카산 시가의 판매액은 이미 $1B를 넘었다.
도미니카가 쿠바를 시가 판매량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꼽히는데,
쿠바는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말아 만드는 수제 고급 시가를 주로 생산하는 반면 도미니카는 공장에서 기계식으로 만드는 시가도 많이 생산한다. 즉, 생산량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쿠바에서 혁명이 일어난 후 시가 산업이 국유화되자, 쿠바 시가 업자들 중 일부가 영업 활동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도미니카로 옮겨간 역사가 있다.
미국이 전세계 시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미국은 쿠바와 외교관계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법적으로 쿠바 시가가 유통될 수 없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미국 내 소비자들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시가를 찾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중 한 곳이 도미니카.
쿠바에서는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각종 자연 재해(허리케인)로 인해 시가잎 재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전세계 시가 산업의 규모는 $23B 정도.
갑자기 뜬금없는 시가 이야기를 한 것은 흥미로운 상식을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 배운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다양한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직접 보고 듣고 배운 사실들은 웬만하면 절대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지식보다는 직감처럼 사고 속에 새겨진다.
나의 경우 여행을 하다가 카리브 해(도미니카와 쿠바도 모두 카리브 지역) 근처 국가인 콜롬비아에서 처음 제대로 시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스페인에서 시가 전문가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업계 속사정에 대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시가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과 경제적 분석들을 접하게 될 때마다 훨씬 관심이 생기고 흡수도 빠르다.
여행이 하나의 공부가 될 수 있는 이유. 특히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요즘 세상에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우니까, 어딜 가든지 새로운 산업에 대해 피부로 배워올 수 있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왕복 티켓을 살 때 가는 항공편과 오는 항공편을 하나로 묶어서 살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묶음으로 사는 것과 가는 항공편 편도로, 오는 항공편 편도로 해서 각각 사는 것의 가격이 다를 때도 있다.
여행을 좋아해서 항공권을 자주 뒤적이는데 관련 내용 정말 공감되네요 :)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최저가를 찾아 주는게 있었으면 어떨까..
레딧으로 YC 건틀릿이 완성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