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의 공동창업자인 패트릭 콜리슨(Patrick Collison)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이전 글들에서 다룬 적이 있다.
역사상 최고의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자가 전하는 인생에 관한 조언 몇 가지
그럼에도 아직 나는 그에 대해서 할 말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 특히나 심심할 때마다 그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를 들어가보면 그렇다. 그 안에 있는 글들 하나하나가 정말 깔끔하고 지적으로 흥미로운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어떻게 이토록 어린 사람이 이 정도로 똑똑할 수 있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성공한 창업자들 보면 똑똑한 사람들 정말 많지만 콜리슨은 정말 말 그대로 똑똑함을 타고난, 천재라 불릴 수 있는 이가 분명하다. 아마 샘 알트만과 더불어 다음 몇십년을 이끌어갈 거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콜리슨이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질문들’을 올려놓았다.
이 중 몇 가지 특히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을(또는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 가진 것들) 한국어로 번역해 보았으니, 즐겁게 읽으셨으면 한다. 또한 기회가 되면 나도 이런 질문 리스트를 시작해볼까 한다. Substack에 곧바로 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고, 별도의 document를 위키처럼 꾸며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기울어진 글씨는 번역자인 나의 코멘트이다. 참조 바란다.
사람들은 어떻게 중대한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을 결정하는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날들 동안,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을 크게 바꾸기로 결심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던 대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이 그와 반대로 결정을 내리는, 자신들의 삶을 크게 바꾸기로 선택하는 소수의 몇몇 날들이 있다. 이런 특별한 날들은 다른 보통의 날들과 비교하여 무엇이 다른 것인가? 이런 날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은 외부의 자극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가, 우리 내부의 상태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가? (우리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당신이 삶의 방식을 크게 바꾸기로 결심한 특정한 날이 있었는가?)왜 스톡홀롬에는 그토록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이 많은가?
런던과 파리는 도시의 규모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적은 수의 성공적인 기술 스타트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인구가 100만명도 되지 않는 도시인 스톡홀롬은 Spotify, King, Klarna, iZettle 그리고 Mojang 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회사들이다. 다른 유럽 도시들에는 없는, 스톡홀롬만이 지니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 (비슷한 질문은 유타 프로보와 에스토니아 탈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과학 저널과 논문의 후계자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과연 LaTeX로 가득한 논문들과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읽어야 하는 저널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 피어 리뷰와 현대적 과학 출판은 비교적 최근의 현상들이다. 각각 다른 접근을 통해, Distill, the arXiv, Fermat's Library, 그리고 Sci-Hub는 더욱 더 많은 발전이 과학 출판 분야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시사한다.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고 구조화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가?
1980년대 이래로, Big5 성격 모델은 아주 많은 관심을 사람들로부터 받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검사는 표면적으로는 삶의 상당한 부분들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되는데, 이런 검사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우리는 이것을 어느 상황에서 활용해야 하는 것일까?삶의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서 다루는 ‘캐논’이 왜 존재하지 않는가? (‘캐논’은 정석, 정경, 기준, 이상적인 정형등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하고자 하면, 우리는 금세 <국부론>이나 케인즈의 <일반 이론>과 친숙해지게 된다. 우리가 윤리학에 관심이 생기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성과 인간> 혹은 <정의론>을 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삶의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경제학이나 윤리학에서 존재하는 것과 유사한 ‘캐논’을 찾을 수 없다. 이것은 다시 말해, 당신이 어떻게 스스로의 교육을 진행시켜 나갈지, 어떻게 커리어를 정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인을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자녀를 길러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내려주는 결정적인(definitive,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책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다루는 책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너무 내용이 좋고 중요해서, 당신이 “이 질문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익숙하겠지” 라고 가정해도 될 만한 정도의 책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다루는 “위대한” 책이 존재하기란 불가능한 일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그런 책이 아직 쓰여지지 않은 것 뿐일까?좋은 블로그들은 더 많이 생겨날 수 있을까?
블로깅의 황금기는 저물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블로그는 아이디어를 전파하고 토론과 의논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있어 최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트위터 또한 나쁘지 않지만, 트위터가 대체할 수 있는 블로그의 여러 장점들이 존재한다. 현재 블로그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일부는 블로그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보다 덜 보상적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블로그 포스트는 몇 개의 진지한 댓글들을 받을지 모르지만, 즉각적인 ‘좋아요’를 받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좋은 블로그 포스트를 쓰는 것은 센스 있는 트윗 하나를 남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블로그 글 생산이라는 행위 자체가 ROI가 좋지 않은 행위라는 뜻)
이런 현재의 보상 구조를 조금 비틀어서 더 좋은 블로깅들이 발생하도록 할 수 없을까? (어쩌면 Substack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번역한 것들 말고도 더 많은 질문들이 원 블로그에 존재하고 있으니 궁금하면 확인해보길 추천한다. 콜리슨의 질문 리스트를 읽을수록 이런 큰 사람이 되려면 특정 필드나 산업에 묶이기보다는 이 넓은 세상 자체에 대해 끊이지 않는 지적 호기심을 지니고 탐구하고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깊이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