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에서 Substack의 발전해나가는 생태계와 비전에 대한 글을 써보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 시도를 이번주에 한다.
사실 이전에도 Substack에 대한 칭찬이나 짧은 문단은 쓴 적이 꽤 많다. 이에 또 Substack 이야기를 하면 읽으시는 분들이 질려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글 하나를 통째로 할애해서 내가 왜 Substack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중요성이 내가 그리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모습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밝히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이번 글은 분명히 그 의의를 지닌다.
꼭 재밌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겠다. 그러니 끝까지 읽어주면 고맙겠다.
TL;DR (글 전체의 요약, 본문은 다음 섹션 “Thesis” 부터 시작)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본질은 수익화 가능한 재능의 가짓수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확대하는 것에 있다.
Substack은 현재 롱폼 텍스트 컨텐츠를 위한 유튜브가 되면서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혀줬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Substack이 제공하는 뉴스레터는 장차 크리에이터 개인이 온전한 독립성과 개성으로 채울 수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고, 사람들은 에세이 쓰는 것을 넘어서 영상, 오디오, 이미지, 아트, 물건 등을 Substack에서 배포할 것이다.
Substack은 궁극적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의 Shopify + Etsy가 된다.
Thesis: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내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말 그대로 “모든”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재능을 수익화(monetize) 할 수 있는 세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는 그런 사회의 모습에 많이 가까워졌다. 왜냐? 기술/UI/커뮤니티 조성 등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수익화(monetize)할 수 있는 재능의 개수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것을 블로거(Blogger),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이 수익화 할 수 있는 재능의 개수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것이 결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본질이다.
블로거(Blogger)는 개인 블로깅의 시대를 열면서 사람들이 사유와 글쓰기라는 재능을 수익화할 수 있게 해줬다. 유튜브는 노래, 랩, 유머, 패션, 영화추천, 음악 큐레이션 등의 재능들에 기회를 부여했다. 틱톡, 인스타그램은 유튜브와 대체로 비슷한 재능들을 타겟하나 그런 재능들을 사람들이 훨씬 “팔기” 쉽게 만들어줬다-정적인 이미지나 숏폼 영상은 5~6분짜리 유튜브 비디오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다.
수익화 할 수 있는 재능의 개수가 증가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소비자로 부상하게 되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파이가 커진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맨 위에서 언급한 궁극적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완전히 도달하였는가? 그렇지는 않다. 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본다.
첫째로, 접근성의 문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쉽사리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관심있는 분야나 취미는 많지만, 상당한 내향형이라 그것들을 이용해서 릴스를 찍거나 챌린지를 해보라고 하면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역량들-많은 생각과 고민, 정보 수집력, 호기심 등-이 제대로 표출되기에 시각 효과에 의존하고 호흡이 빠른 숏폼/비디오같은 매체가 적합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둘째로, 빈부격차의 문제. 아무리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에 도전하고 있다지만 이들 중 90% 이상은 성공을 거두고 있지 못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링크트리에서 22년에 발간한 크리에이터 리포트다.
풀타임 크리에이터 중 상위 12%는 1년에 $50K(한화 약 5~6천만원)이상을 벌지만, 하위 46%는 $1K(한화 약 1200만원)도 벌지 못한다. 이러한 격차는 부업 크리에이터 영역에서 더 크게 나타나는데, 파트타임 크리에이터는 무려 68%가 1년에 $1K도 벌지 못한다.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재능을 효과적으로 수익화할 수 있는 채널의 부재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닐까.
마지막으로, 다양성의 문제. 아직까지 “수익화”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못한, 발굴되지 않은 재능들이 너무나도 많다. GPT 열풍과 함께 프롬프트를 잘 짜는 것도 돈 되는 재능이 된 것처럼,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하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재능들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바보같은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면, 게시물에 센스 있는 댓글 잘 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재능인데, 지금은 그게 돈이 된다고 할 수 있나? 아닐 것이다. 이렇게 접근하다 보면 현재 수익화 가능한 인간의 재능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대-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본다. 물론 쉬운 일들은 아니겠지만.
그러한 맥락에서 Substack1이 등장한다.
지난주에도 이야기한 바가 있지만, 현재의 Substack은 롱폼 텍스트 컨텐츠를 위한 유튜브2와도 같다. 이러한 비유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는 최근 들어 정말 퀄리티가 좋아진 Substack의 탐색(Explore) 기능이다. 이제 독자들은 Substack을 이용해 단순히 자신이 구독하는 작가의 글을 받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존재를 몰랐지만 자신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의 글을 쓰는 작가들을 새로 추천받을 수 있다3.
이 추천 알고리즘, 꽤 심상치 않다. 정량적인 통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개인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Explore 탭 덕분에 매우 흥미로운 뉴스레터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으며, 어딘가에서 Upwind가 알고리즘을 탄 덕분인지 Substack 추천을 받고 오가닉하게 유입된 독자들도 꽤 많았다(현재 약 120명).
추천 알고리즘 이외에도 Substack 작가들이 서로가 서로를 언급해주는 네트워크 효과가 날이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Substack 내에는 서로 다른 publication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기능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한 뉴스레터가 다른 뉴스레터를 “추천”할 수 있는 기능, 2명 이상의 공동저자들이 글을 같이 쓸 수 있는 기능, 다른 Substack 포스트를 언급하기 위해 링크를 복사 붙여넣기 하면 그 포스트의 요약본이 예쁜 HTML 스니펫으로 띄워지는 기능, Substack 포스트 속 글귀나 문장을 하이라이트하면 트위터에서 리트윗을 하듯이 Notes4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 등이 그렇다.
이런 기능들 덕분에 한 작가의 글을 구독하는 독자는 그 작가를 통해 무수히 많은 다른 작가와 뉴스레터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작가들 사이의 네트워크 효과가 먹혀들기 위해서는 Substack 생태계 내의 양질의 컨텐츠들이 많이 존재하고 작가들이 서로의 글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Substack은 영민하게도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켰다. Substack에 깊이 있는 글들이 많이 존재하는 거야 예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었고5, Substack에 새로 뛰어드는 작가들은 대부분이 다른 이미 성공한 작가의 Substack을 읽고 영감을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의 컨텐츠에 대한 언급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된다.
이야기가 길었는데, 핵심은 Substack이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통해 롱폼 텍스트 컨텐츠 생산의 선순환(flywheel)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추천 알고리즘과 작가들의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1) 새로운 컨텐츠를 계속해서 소비하고 재생산 할 수 있으며 (2) 본인이 아예 작가가 되어 양질의 컨텐츠 생산에 기여하기도 한다. 작가들은 Substack에 있기만 해도 독자들의 유입이 계속 이어지니 더 많이 몰려와 양질의 컨텐츠를 제작하고, 서로 컨텐츠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더 많은 독자들을 불러온다. 독자가 늘어날수록 양질의 컨텐츠도 늘어나고, 양질의 컨텐츠가 늘어날수록 독자도 늘어나게 되는 사이클이 성공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식의 컨텐츠 생산 사이클을 제대로 안착시킨 서비스들은 인터넷 산업의 역사에서 많지 않다. 그 중에 가장 잘 한 곳이 유튜브고. 그렇다면 Substack이 롱폼 텍스트 컨텐츠 생태계에 있어 유튜브와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는 곧 위에 언급된 궁극적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향하기 위한 과제 중 첫 번째 과제(접근성의 문제)를 Substack이 어느 정도 해결한다는 뜻이 된다. 유튜브나 틱톡 영상과 같은, 빠르고 화려한 류의 패스트 폼(fast form) 컨텐츠 말고도 사유와 고민의 영역에 속하는 장문 글 등의 슬로우 폼(slow form) 컨텐츠도 “팔릴 수 있는” 장터를 세운 것이다: 슬로우 폼 크리에이터들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그저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flywheel 덕분에 관중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제대로 된 판만 깔아주면 세상에 멋진 것들을 꺼내 보여줄 수 있지만, 유튜브 스타나 틱톡 스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들에게도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질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단한 일이다. 스트라이프 창업자 패트릭 콜리슨은 자신의 "질문들”에서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강조한 바 있다.
좋은 블로그들은 더 많이 생겨날 수 있을까?
블로깅의 황금기는 저물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블로그는 아이디어를 전파하고 토론과 의논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있어 최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트위터 또한 나쁘지 않지만, 트위터가 대체할 수 있는 블로그의 여러 장점들이 존재한다. 현재 블로그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일부는 블로그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보다 덜 보상적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블로그 포스트는 몇 개의 진지한 댓글들을 받을지 모르지만, 즉각적인 ‘좋아요’를 받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좋은 블로그 포스트를 쓰는 것은 센스 있는 트윗 하나를 남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블로그 글 생산이라는 행위 자체가 ROI가 좋지 않은 행위라는 뜻)- 질문들, 패트릭 콜리슨
그렇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Substack이 단순히 “롱폼 텍스트 컨텐츠”를 다루는 서비스에 머무르지도 않을 뿐더러 유튜브보다 훨씬 복합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해 나갈 것임을 확신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들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향한 난관 중 첫 번째 뿐만 아니라 두 번째(빈부격차의 문제), 세 번째(다양성의 문제) 또한 건드리게 될 것이다.
Substack이 제공하는 “공간”
Substack이 지금까지의 소셜 미디어와 비교해 지니는 가장 큰 차별성은 작가(인플루언서)와 그의 팬들이 지니는 유대감의 크기다. 직관적으로 이야기해서, 페이스북 친구 400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400명, Substack 구독자 400명을 비교하면 Substack 구독자 400명이 가장 충성도도 높고 내가 하는 이야기에 잘 반응해준다는 거다6.
그것은 우선적으로 Substack 구독이라는 행위 자체가 함유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누가 다른 사람의 Substack을 구독했다면 이는 “5~10분 투자해서 생각하며 소비해야 하는 당신의 글을 안 그래도 지저분한 내 메일함에 받아보겠어요”라는 서약을 하는 것이다. 단순히 “3초 보고 좋아요 누르면 끝날 사진을 내 피드에서 보겠어요”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우와는 결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그러나 동시에 Substack 구독자들이 유독 sticky 할 수 밖에 없는 데에는 Substack 팀의 치밀한 제품 설계와 고민이 담겨 있기도 하다. Substack은 태생적 UI에서부터 작가가 온전히 자기 자신의 컨텐츠와 구독자들을 위한 온라인 공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뉴스레터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웹사이트 형태의 개별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각각의 뉴스레터가 온전한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연히 그 뉴스레터의 글을 접하게 된 방문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뉴스레터의 다른 글들도 둘러보며 그 뉴스레터 작가의 포괄적인 생각과 아이덴티티에 공감할 수 있음을 뜻한다. 누군가의 프로필을 구경하다가도 몇 분 안지나 For-You-Page로 넘어가 또다시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영상들의 바다로 빠져들게 되는 틱톡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숏폼은 피드 구성 알고리즘이 생명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알고리즘 때문에 크리에이터 각각에게는 그들이 온전한 소유권을 지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없었다. 유효한 공간이 생기려면 관중들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교류도 하면서 “우리는 한 공간에 속해 있다”는 커뮤니티 정신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숏폼/비디오 플랫폼들이 이용하는 것은 지금 보고 있는 창작물, 지금 보고 있는 크리에이터의 공간에서 빨리 벗어나서 다음 사람 것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추방”의 알고리즘이기 때문.
Substack에도 추천 알고리즘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들은 추천의 공간과 크리에이터의 공간을 완전히 UI적으로 분리시킴7으로써 자신들의 추천이 추방이 아닌 순수한 추천으로 기능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Substack이 크리에이터들에게 제공하는 가장 위대한 가치는 그들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공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축하게 해준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에 걸맞는 충성도 높은 관중들을 잘 불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The game we’re playing is one that gives power to writers and creators. It’s a game that ensures writers can maintain their independence without most of the drudgery that comes with running their own media operation, and without having to cede control to a gatekeeper. We build tools that give writers and creators the full powers of the internet so their work can have maximum impact, reach, and revenue."
- Please stop calling it the ‘newsletter economy,’ The Substack Team
이런 “공간”의 측면을 생각하면 Substack은 블로깅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블로그, 혹은 한창 잘나갈 시절의 텀블러와도 유사하다. 뉴스레터 주인장들이 자기 입맛대로 웹사이트를 꾸미고, 사람들한테 어떤 식으로 자신의 컨텐츠를 노출시키고 싶은지를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으니까.
위의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세 뉴스레터 홈페이지의 네비게이션 바를 가져온 것이다. 자세히 보면 구성 항목들이 다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Substack 뉴스레터 홈페이지들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상당히 높은 자유도의 커스터마이제이션 기능을 작가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크리에이터 개개인이 본인만의 온라인 공간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되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향한 난관 중 2번째, 빈부격차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 효과적으로 개성이 담긴 온라인 공간에는 많지는 않더라도 높은 stickiness를 자랑하는 팬과 지지자들이 모이게 되고, 이들은 내 컨텐츠를 위해 지갑을 열 확률이 높다8.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정말 롱테일 효과가 제대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탑스타 크리에이터들은 여전히 많은 돈을 가져가겠지만 탑스타가 아닌 이들도 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진짜 마이크로인플루언서가 존재감을 지니는 그룹이 되는 그림.
Jan-Erik Asplund는 Substack이 네임밸류가 높은 언론인들을 개개인별로 육성하여 묶어놓은, 마치 미디어계의 LVMH같은 존재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프레임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물론 1년에 몇십억씩 벌어들이는 거물 언론인들도 개인 뉴스레터를 운영하여 Substack 매출에 큰 기여를 해주겠지만, 장기적으로 Substack은 롱테일 덕분에 매출을 발생시키는, 마치 컨텐츠계의 Shopify (크리에이터들이 각각의 분리된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Etsy (크리에이터들이 파는 컨텐츠가 마치 수공예품처럼 개개인의 개성이 진하게 담긴 것들이라는 점에서)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Substack을 Etsy에 비유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게, 실제로 Substack을 장문 에세이 뿌리기 용에 국한되지 않고 정말 다양한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빈티지, One-Of-A-Kind Unique Gifts를 파는 Etsy 셀러들처럼. 이는 Substack 팀이 의도적으로 다양한 타입의 컨텐츠-동영상, 팟캐스트, 오디오 등-제작 기능을 서비스에 포함시켜준 덕이 크다.
몇 가지 케이스를 살펴보자면,
Found NY는 뉴욕시 내에서 방문할만한 식당, 집, 카페 등의 장소들을 리뷰하고 선정하여 보내주는 서비스다. Substack에서 팔리는 컨텐츠의 반경을 장소 큐레이션의 영역까지 확장시킨 예시.
Public Domain Movies는 저작권이 대중에 풀려 공공재가 된 영화를 짤막한 해설과 함께 독자들에게 보내준다. Substack이 엔터테인먼트의 영역까지 진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Flow State는 Public Domain Movies와 유사한데, 엄선한 음악들을 구독자들에게 보내준다. 이들은 독특하게도 유료 구독자들에게만 자신들의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다. 또 다른 Substack의 창의적 용법 중 하나.
물론 Substack의 시작이 롱폼 텍스트 컨텐츠였던 만큼, 앞으로 당분간 Substack 내에서 소비되는 컨텐츠들은 주로 깊이가 담겨있는 글들일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Substack을 통해 정형화되지 않은,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컨텐츠를 판매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시도는 이어질 것이고, Substack 팀 또한 이런 도전들에 호응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Substack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향한 난관 중 마지막, 다양성의 문제 또한 누그러뜨린다.
Substack 특유의 지성적이고 살짝 철 든 분위기로 미루어보았을 때, Substack에서 배포되는 컨텐츠들이 모든 대중(mass)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반론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맞는 이야기다. 확실히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그램 릴스에 비해 지금 Substack에서 유통되는 글들은 소비에 대한 진입장벽이 더 높고, 마이너한 구석이 있다. 그렇게 시작한 서비스인 이상 앞으로도 그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모두가 소비할 수 없다는 게 큰 문제인가? 나는 Substack스러운 컨텐츠를 소비할 사람들이 몇십억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상당한 숫자로 존재할 것이라 믿고, Substack 팀이 계속 옳은 선택을 내린다면 매출 또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Etsy가 아마존 크기의 회사가 된 건 아니지만 어쨌든 10조원이 넘는 기업체가 되었듯이.
"There’s a clear adoption, fatigue, and ultimately rejection cycle of different content forms. As an example, TikTok expanded its max video length to 10 minutes last year. And last fall, Instagram rolled out the ability for users to create minute-long Stories without breaking them up."
- Everyone’s Talking About Substack—But What Actually Is It?, The Everygirl
좀 더 급진적인 이는 인류가 너무나도 짧은 컨텐츠들을 보는 것에 지쳐서 이제는 깊은 생각을 담고 있는 긴 컨텐츠를 소비하고 싶어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건 너무 희망적인 이야기인 것 같긴 하다.
끝마치며
어쨌든 그렇기에 우리는 Substack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 하면 인터넷 방송 BJ, 인스타그램/틱톡 인플루언서, 협찬 광고를 통한 매출 발생, 유튜브 스타 등의 화려하면서도 살짝 어지러운 세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Substack은 이것들이 포함하지 못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또 다른-조용하고, 느리고, 마이너하지만 개성있고 결속력 넘치는-일면을 대변하는 서비스이기에.
Substack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내재하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플레이어가 되지는 않겠지만, 분명 많은 실마리를 제공할 것임은 확실하다.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변화해나가는지, 그리고 그 변화들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큰 패러다임 변동 속에 있어서 어떤 임무를 맡게 될지를 함께 응원하며 지켜보자.
많은 생각을 진중하게 담아야 하는 글을 급하게 쓰느라 글의 리듬이 살짝 엉성하고 여러 다른 분들의 목소리도 혼재되어 있는 듯 하다 (어디서 읽었던 것을 내가 처음 생각해낸 것처럼 적어버렸을 수도 있다…). 때문에 피드백, 지적사항, 질문사항, 토론거리 등이 있다면 언제든 반갑게 받겠다.
댓글로 적어주셔도 좋고, 메일(l.deokhaeng@gmail.com)로 보내주셔도 좋다. 이 주제는 내가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좋은 피드백이나 이야깃거리들이 들어온다면 최선을 다해 답변해보도록 하겠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Substack이 대충 뭐하는 곳인지는 다들 잘 알거라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그 플랫폼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뉴스레터를 쉽게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독자들이 양질의 컨텐츠를 손쉽게 탐색할 수 있는 종합 미디어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기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Substack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앱을 다운받거나 웹에서 접속하는 것이 좋다. Substack 계정 없이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 독자분이라면 계정을 하나 만들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얼마 전 Substack에서 새로 공개한 트위터형 단문 공유 채널. Substack 작가들은 트윗을 남기듯이 짧은 메모나 글을 구독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
요즘 나는 특정 산업이나 사건에 대해 깊게 파고들 일이 있으면 구글 검색과 더불어 Substack 검색 해보는 경우가 잦아졌다. 특히 테크 쪽 토픽일수록 그것에 관해 상세하게 다루는 포스트나 뉴스레터 시리즈가 꼭 하나는 존재하기 마련.
물론 이는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완전 달라지기는 한다. 그렇지만 Substack 구독자들은 공통된 관심사로 묶인 사람들이며, 서로가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매우 진지하게 소비하는 사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확실히 다르다.
앞에서 설명한 Explore 탭과 뉴스레터별 웹사이트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Explore 탭은 내 개인 Substack 계정의 대시보드를 들어가야 보인다.
물론 크리에이터가 그만큼 열심히 한다는 가정 하에. 아무리 좋은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더라도 크리에이터가 보여야 하는 최소한의 성의를 대신해줄 서비스는 없을 것이다.
요새 beehive , ghost등 다른 플랫폼들도 많이 생겨서 좀 고민이 되는면도 있었는데..정리해주신 글 보고 참고가 많이 됐습니다.
근데 substack은 stripe를 통해 정산을 진행하는 거 같던데 현재 수익을 받으실 수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