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와서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니, 많은 분들이 내가 쓰는 뉴스레터의 이름이 ‘업와인드’인줄 아신다 😂 사실 맞바람, 상승기류를 뜻하는 ‘업윈드(Up-Wind)’를 생각하고 지었던 이름이다. 생각보다 긴 유래가 있는데, 이 글에서 상세히 적어놓았으니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뉴스 모음 형태의 글로 돌아왔다. 많지는 않고 딱 2개를 가져왔는데, 가벼우면서도 재밌는 것들이다. 그럼 시작!
ARM, 손정의의 선택
나는 손정의의 엄청난 팬이다. 이전에 썼던 글을 통해서 손정의에 대한 내 애정과 존경심을 표한 바가 있는데.
나는 내가 만약 나중에 큰 인물이 된다면 손정의와 가장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같은 한국계 인물이라는 것과 타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는 점에서 많은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만큼 소프트뱅크와 관련된 뉴스는 언제나 나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최근의 예시로는 소프트뱅크가 33조원에 인수한 ARM1이 올해 하반기에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살짝 파고들어본다. 팩트를 먼저 정리해보면:
소프트뱅크는 2016년 310억 달러(한화 약 33조원)을 투입해 ARM 지분 100%를 사들였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IoT(사물인터넷) 혁명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본 손정의의 판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물론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현시점에서 그의 예측이 정확한 것이었다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IoT는 시장의 기대에 부흥할만큼 큰 혁신이 (아직까지는) 되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소프트뱅크는 본업이던 투자업에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22년도에만 해도 비전펀드는 52조원 상당의 손실을 발생. 최근에도 포트폴리오사인 소셜 앱 IRL2이 보유했다고 주장한 유저 중 95%가 가짜 유저였음이 들통나며 문을 닫게 되어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을 듯 하다.
종합적으로, IoT 혁명을 바라보고 인수했던 ARM은 상황이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했던 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지는 못했고, 소프트뱅크는 유동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작년 초에 해당 거래가 불발되었다. 당시 예상 인수가는 $66B(한화 약 70~80조원)로, 만약 딜이 성사되었다면 반도체 부문 사상 최대의 M&A가 될 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의 투자 수익률을 거의 100%로 만들어주는 사건이 될 뻔 했다.
따라서 이번 나스닥 상장 예정 뉴스는 엔비디아 매각 불발 이후 또다시 유동성 확보에 나선 소프트뱅크의 두 번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ARM이 상장할 시, 기업가치는 $30B ~ $70B(약 39조원에서 90조원 사이)3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 중간인 $50B(한화 약 60조원)정도만 달성할 수 있어도 소프트뱅크는 꽤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인 상황을 알아보았으니 이제 ARM의 상장 뒤에 깔린 맥락을 알아보자.
본 상장의 첫번째 관전 포인트는 ARM 상장을 통해 소프트뱅크가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다. 사실 이번 비전펀드의 하락세가 손정의 인생 첫 위기는 아니다.
위 블로그에 따르면 작금의 위기(3번째 위기)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터졌을 시기 손정의가 마주해야 했던 난관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때도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여러 IT 벤처에 돈을 뿌리듯 투자를 했었고, 버블이 터짐과 동시에 재무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폭발한 버블 속 ‘야후재팬’과 ‘야후BB(브로드밴드)’가 남아있었고, 그 둘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총집중시킨 손정의는 결국 화려하게 재기한다.
“과거에도 손정의 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적이 있다. 다름 아니라, 새로운 물결을 타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일 때였다.” 오랜 기간 소프트뱅크 사장실에 근무하며, 손 회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미키 다케노부는 “지금 상황이 20년 전과 매우 흡사하다”며 “손 회장의 재기를 확신한다”는 글을 주간다이아몬드에 실었다.
사실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경영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
그렇다면 손정의 회장은 어떻게 위기를 타개했을까. 다케노부에 의하면 “실패한 것은 버리고 남아있는 패 중 압도적인 강점을 찾아 돌파하는 작전을 짰다”고 한다. 예컨대 야후재팬과 2001년 9월 시작한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사업 ‘야후BB’다. 야후BB 서비스는 대형포털 야후재팬의 브랜드 인지도와 페이지뷰를 철저히 활용한 덕분에 불과 2년이 채 안 돼 가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 적자 수렁 소프트뱅크, ARM 상장 착수…손정의 솟아날 구멍?
이번에도 역시 손정의는 ARM을 자신의 ‘최후의 한 수’로 삼고자 하는 듯 하다. 그러나 과연 닷컴 버블 때의 브로드밴드 사업과 현재의 ARM이 비슷한 포지션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ARM의 몸값이 소프트뱅크가 인수했을 때에 비해 많이 뛰기는 했지만, 기업의 성과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도약을 해내지는 못했다. 더불어 브로드밴드 사업을 진행시킬 때 손정의는 ‘인터넷 혁명’과 이를 뒤따를 ‘모바일 혁명’이라는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지만, ARM에 관해서는 ‘IoT 혁명’이라는 다소 정확성이 떨어지는 비전을 구상했다는 점에서 2000년대와 지금의 상황은 간극이 존재한다.
As Son’s vision collided with reality, SoftBank quietly revised its market calculations. A presentation from 2018 forecast that by 2026, the IoT controller market would be worth $24bn, and the server market $22bn.
But, a similar presentation from 2020 predicted that by 2029, the IoT chip market would reach only $16bn, while the server market — of which Arm had so far only captured a 5 per cent share — would reach $32bn. The Japanese technology group also revised down its estimate of the value of the IoT market, from $7bn in 2017 to $4bn in 2019.- How SoftBank’s costly bet on the ‘internet of things’ backfired at Arm, Financial Times
따라서 ARM이 상장함과 동시에 소프트뱅크의 모든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소프트뱅크가 원하는 규모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면 그룹의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이며 턴어라운드의 초석을 마련해주는 역할은 확실히 수행할 수 있다. 그러니 ARM의 IPO가 얼마나 성공적일지, 그리 된다면 그 다음에 자금을 마련한 소프트뱅크의 추후 계획은 어떻게 될지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관전 포인트는 향후 ARM의 업사이드이다.
당연히 ARM이 성장성을 지니고 있어야만 주가도 올라갈 것이고, 장기적으로 소프트뱅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인데. 아직 내가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큰 그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ARM 자체에 대해서도 충분한 조사를 하지 못해서 오늘 글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ARM의 Key Growth Opportunity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적고 넘어가고자 한다4.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발전
Financial Times에 의하면 실제로 지난 4년동안 ARM이 차량용 반도체 사업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이 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점점 더 많은 차량들이 자동화되고 전자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이는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나 또한 여기에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물들이 연결될 것이다’라는 손정의의 비전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차량용 반도체는 크게 ADAS(운전자 보조 시스템), 차량내 인포테인먼트, 그리고 센서 등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ARM은 현재 인포테인먼트 쪽에서는 85%, ADAS 쪽에서는 55%의 시장 점유율을 먹었다고 한다. 아직 센서 등에서는 갈 길이 좀 남은 듯.AI 반도체 시장의 약진
이 두 성장 요소가 어떻게 ARM의 행보와 맞아떨어질지 주목하는 것도 무척 재밌을 것이다.
우연히 마주한 데이빗 루벤스타인 인터뷰
요즘 제일 지적으로 자극적이고 퀄리티 높은 정보들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Substack인 것 같다. 추천/탐색 알고리즘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고 작가들간의 네트워크 효과도 점점 좋아지는 게 느껴져서 정말 Youtube for long form text contents가 되어가고 있는 듯5.
이런 Substack을 심심풀이로 돌아다니던 중, Max Raskin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인터뷰 특화 뉴스레터를 찾았다. Interviews with Max Raskin인데, 유명한 기업인, 예술가, 사상가 등과 인터뷰를 진행한 뒤 그 전문을 올려준다. 특이점이 있다면 유명인들을 데려다 놓고 그들의 신념이나 인사이트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몇 시에 잠에 드는지, 간식은 자주 먹는지, 어떤 악세서리를 착용하는지 등의 일상 속 사소한 디테일들을 묻는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은 Raskin 고유의 “작은 디테일들이 그 사람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인터뷰 철학에 의거한 것으로, 그의 인터뷰들을 일반적인 레거시 매거진이나 신문들의 인터뷰와 차별화되는 독특하고 개성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Sigmund Freud had a belief that he called the “psychopathology of everyday life.” He believed that seemingly trivial details can reveal a lot about a person. For example, Winston Churchill would take a daily nap, even at the height of World War II. He would also drink a bottle and a half of champagne each day. What would the world look like if he had been a sleep-deprived teetotaler? These aren’t topics he would have been asked about, and our understanding of him is lesser for it.
- Introducing Substack's First Newsletter of Exclusive Interviews, Max Raskin
평소 나는 내가 직접적으로 설파하는 내 가치관이나 생각과 별도로 어떤 사소한 디테일들을 일상에서 노출시키는지 돌이켜볼 수 있었고, 언젠가 한번 꼭 인터뷰 컨텐츠를 Upwind에 실어보고 싶은 입장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인트로가 길었는데, 이렇게까지 Raskin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가 칼라일 그룹(세계 최대 사모펀드) 창립자인 데이빗 루벤스타인(David Rubenstein)과 진행한 인터뷰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이다.
루벤스타인은 금융계에 엄청난 궤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비금융적인 백그라운드와 캐릭터성을 지닌 사람이다. 그가 칼라일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카터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요직을 맡았을 만큼 법/정계 쪽과 연이 깊었고6, 실제로 칼라일 창업 이후에는 그러한 경험과 인맥을 살려 방산 관련 딜 체결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David Rubenstein And The Carlyle Group: The Kings Of Capital
골수 월가 출신 금융인이 아닌만큼 그는 칼라일의 공식 지도부에서 물러난 지금도 직접적으로 금융과 관련된 활동들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일 전반에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판다 보존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시대의 지성들을 초대해 그가 직접 인터뷰하는 토크쇼 The Rubenstein Show의 호스트이기도 하다 (이 쇼에는 제프 베조스와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만이 출연하기도 했다).
때문에 루벤스타인의 말에서는 지혜에 대한 강한 열망과 사람과 세상에 대한 존중, 무엇보다 내가 항상 좋아하는-비정형적인 길을 걸어와 큰 성취를 일궈낸 사람의 표본인만큼 당연하게도-깊이가 느껴진다.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 몇 가지를 가져왔으니 독자 분들도 살펴보시고, 좋다고 생각되면 인터뷰 전문을 꼭 읽어보실 것을 추천한다.
DR: No, I'm not really good at that. And that's a failing. We all have our personal weaknesses, and I'm not good at doing nothing. I always will feel guilty – maybe it's Jewish guilt, that if I'm doing nothing, I'm wasting my time.
루벤스타인도 ‘아무것도 안하면서 시간 보내기’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나도 이걸 엄청 못한다.
(…)
DR: I don't read fiction. Never. My theory, which of course everybody will criticize, is that I'm trying to maximize the amount of information and facts that I get. And if you're reading fiction, that's not all facts.
자신이 받아들이는 정보와 사실들의 양을 최대한으로 늘리려고 하기 때문에 소설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뒤에 가서 자신의 이러한 이론이 틀린 것 같다고 인정하기는 한다).
(…)
DR: Everybody has to worry about their best feature. My best feature is probably my brain. It’s not my body or my looks. So I try to make sure my brain is working well and I do that by reading a lot. You may have heard, it turns out that a large percentage of Americans never read another book after they graduate from college.
책 읽을 것을 정말 많이 강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최고의 스킬에 집중해야 하고, 자신의 최고 스킬은 ‘두뇌’이기 때문이라고.
(…)
DR: The interview format that we're now engaging in is probably something that didn't quite exist as a form of information entertainment 100 years ago. It may have started as a form of entertainment, maybe on the Tonight Show in the Jack Paar or Steve Allen days. Now everybody's an interviewer, as you know. Everybody's got their own podcast. But 100 years ago, people didn't do it.
There are no interviews, for example, of Abraham Lincoln. There's no interviews of Julius Caesar. There's no interviews of William Shakespeare.사소한 부분이지만 루벤스타인의 깊은 통찰력을 느꼈던 대목. 정말 ‘인터뷰’라는 행위의 기원은 무엇일까. 링컨, 카이사르와 같은 인물들이 인터뷰를 남길 수 있었다면 오늘날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는 역사의 맥락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끝마치며
뉴스레터 구독자가 400명을 넘어섰다. 200명에서 300명이 되기까지 약 45일 정도가 걸렸고 300명에서 400명까지는 딱 1달이 걸렸다. 얼마나 유의미한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성장의 기울기가 점점 커진다고 느껴져 뿌듯하다. 처음 군대에서 뉴스레터를 활성화시킬 때의 목표는 막연하게 ‘전역 전까지 구독자 1000명 달성’였는데, 이제는 그 목표를 진심으로 이뤄내기 위해 노력해보고자 한다. 만약 구독자가 500명이 된다면, 독자 분들께서 각각 한 분씩 새로운 구독자만 주위에서 데려와 주시기만 해도 1000명을 만들 수 있다 😊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계속 더 좋은 글을 만들어내고, 더욱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해볼 예정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반도체 설계 기업.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Application Processor) 분야의 독보적인 강자이다.
어떤 계산이 있었길래 이렇게 폭이 넓은 추정치가 잡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자세하게 아시는 분들 있으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다.
ARM에 대한 상세한 기업 분석도 조만간 해볼 생각이다.
이런 Substack의 생태계와 비전에 대해서 글 하나를 작성해볼 예정.
대부분의 유명 사모펀드/자산운용사 창업자들은 월가 투자은행이나 다른 사모펀드에서 장시간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