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Upwind 번호를 달고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 글에서는 What I read this week 느낌으로 제가 인상깊게 봤던 글들과, 그 글들과 연관된 제 생각들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내 글을 오랫동안 읽은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관심을 쭉 가져온 섹터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롱테일 컨텐츠를 통한 수익 발생이었다.
그렇기에 최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한 조사를 다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몇 년 된 글들이 많은데, 내가 너무 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중 몇 가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What Happened to the Creator Economy? - Napkin Math(23년 6월)
22년 말부터 23년 동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윈터가 찾아왔다. 전체 시장 투자가 50% 감소한 것에 비하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쪽 투자는 86% 가량이 감소했고, Patreon, Linktree, Cameo, Substack 등이 대규모 인원감축을 단행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이 본질적으로 잘되기 어려운 이유는
1)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속에 심각한 빈부격차가 존재하기 때문.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돈을 거의 벌지 못하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이들을 고객으로 삼아봤자 scale하는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
2)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를 고객으로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비즈니스는 이미 빅테크 기업들이 다 하고 있는 일이다.
"These companies are tasked with serving a market full of customers that look like this. Most will never make it, some consider it a side hustle and make very little money, and a few blow-up. Plus the things that matter most (creation, monetization, and distribution) are best served by the biggest and baddest tech companies in the world. If you’re a venture-backed business serving a market like this it is very challenging. Let’s talk about why.”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고객들로 가득 찬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 대부분은 실패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을 단지 부업으로만 여겨서 아주 적은 양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오직 소수만이 대박을 터뜨리는 시장에서. 여기에 추가로 가장 중요한 것들(창작, 수익화, 그리고 분배)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테크 기업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유튜브, 인스타그램, 애플 등.”일단 크리에이터에게 ‘비용 감축’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은 scale하기 어렵다. 애초에 크리에이터들이 창작물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 → 따라서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이었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들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한 곳들이었다. 단, 모든 종류의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주류 미디어들이 외면한 크리에이터들에게 - OnlyFans(성인물), Substack(텍스트 기반 뉴스레터 작가들) 같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영세 스타트업들의 도움 없이도 충분한 수입원을 확보 중.
많은 이들이 ‘중산층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감히 우리가 손대기에 너무 큰 규모1’거나 ‘우리가 손 대봤자 별 이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버블이 마침내 터졌다!
이 글은 개인적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지니고 있는 딜레마를 명료한 문체로 핵심만 담아서 잘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The Creator Economy Needs a Middle Class(20년 12월)
100 True Fans와 Passion Economy를 주장하고, Variant Fund(Web3와 크리에이터 분야에 많은 투자를 집행한 VC)를 이끌고 있는 Li Jin이 쓴 글
2016년 미국 전체 인구의 52%가 경제적으로 중산층(Middle Class)에 속했다. 그러나 2017년 Patreon에서는 전체 크리에이터의 2%만이 최저 시급에 해당하는 수입을 벌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전체 아티스트의 1.4%가 로열티의 90%를 가져간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은 컨텐츠가 사람들에게 퍼지기 위한 장벽을 낮춰주면서 승자독식의 현상을 오히려 가속화시킨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제품의 품질은 결국 창작자의 재능이고, 덜 뛰어난 재능은 더 뛰어난 재능의 대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i Jin은 중산층 크리에이터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100, 1000 True Fans를 지닌 크리에이터들이 그러한 사람들. 세상 모두가 알 정도로 유명한 창작자들은 아니지만 굳건한 팬층을 지니고 있어 적당한 양의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
또한 Li Jin은 플랫폼이 중산층 크리에이터를 두텁게 하기 위해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여러 전략이 있다고 믿는다. 내 마음에 들었던 것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Replay Value(여러 번 반복해서 플레이했을 때 컨텐츠가 제공하는 잔여가치)가 낮은 컨텐츠에 집중하라. 사용자가 빨리 질리는 유형의 컨텐츠가 많을수록 더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컨텐츠가 탐구되고 롱테일에 사람들이 접근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게임은 Replay Value가 높은 컨텐츠이기 때문에, 소수의 메가 히트작에 사람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크리에이터가 슈퍼팬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더 다양하게 제공하라.
틱톡의 FYP가 그러하였듯 아예 랜덤 추천을 도입해라. 집단지성에 기반한 필터링 추천은 사용자를 버블에 갇히게 하고, 롱테일에 접근도 못하게 막을 수 있다.
There Will Never be a Creator Middle Class and Why That’s Good
글의 요지는 성공한 크리에이터, 돈을 버는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을 버티며 성실하게 자신의 재능을 갈아넣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그 근처에도 가기 전에 번아웃이 오거나 충분한 노력을 쏟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포기해버린다는 것. 그러니 중산층 크리에이터란 있을 수 없다. 애매하게 노력을 쏟고 애매하게 성공한다는 것이란 크리에이터 세계에서 있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창작자가 된다는 일 자체가 어렵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는 이상. Mr Beast는 바이럴 성공한 영상이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고, 총 715개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Ryan Kaji의 채널은 그가 3살이었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그곳에는 총 2066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어있다.
나의 궁금증들
나는 일단 벌어들이는 수익의 관점 말고 팬층의 두께 관점에서 이야기했을 때 중산층 크리에이터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Upwind와 같은 것들이 그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 있다. 온라인을 잘 뒤지면 구독자와 팬층이 몇백명~1000여명에 달하면서, 꾸준히 컨텐츠가 올라오고, 팬들도 적당한 정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창작물들이 많이 있다(네이버 주식 분석 블로그라던가). 이런 창작자들은 대체로,
크리에이터로의 일을 위해 본업을 희생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다지 돈을 벌 생각도 많지는 않다. 돈을 벌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자기만족, 자기 PR, 지식 및 열정 공유 등의 목적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운영한다.
즉, 애초에 ‘크리에이터가 되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시작한 사람들은 아니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보다는 더 정적인 블로그/뉴스레터등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자연스레 지식노동자계층일 가능성도 크다.
그러니까, 중산층 크리에이터가 생겨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생겨났는데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타겟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이러한 중산층 크리에이터들을 제대로 활용하여, scalable한 비즈니스-최소한 몇조 원 규모는 될 수 있는-를 만들 수 있을까? 이게 가능한 일일까?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요한 건 Upwind 같은 것이 실존하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존재할지다. 일단 그 수가 충분히 많은 것이 검증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쨌든 시장이 아직 제대로 타겟하지 못한 중산층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면, 이들에게 1) 창작을 더 쉽게 해줄 도구를 제공하거나 2) 수익창출을 더 쉽게 해줄 도구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1)은 결국 생성형 AI와 대결하게 될 것이므로 크게 가망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2. 그렇다면 2)는? 만약 내가 Upwind를 정기적으로 쓰는데, 너무 많은 품을 들이지 않고 한 달에 5~1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면 어떨까?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5~10만원은 월급으로 주어지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지만, 내가 재밌어하는 취미 활동을 하면서 받는 용돈이라 생각하면 꽤나 괜찮다.
그럼 지금 내가 Upwind를 쓰면서 한 달에 5~10만원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건 광고다. 그런데 일반적인 광고 서비스를 쓰는 것은 좀 어색하다. 내가 유명 브랜드의 제휴를 받을 정도 급의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 광고나 실어서 내가 열정을 가지고 운영하는 뉴스레터의 퀄리티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 제일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Packy McCormick의 Not Boring처럼 되는 것. 내가 쓰는 뉴스레터 컨텐츠와 관련 있는 회사들-단 너무 큰 곳들 말고 내가 중소 크리에이터이듯이 중소 광고주들-을 내가 딱 찾을 수 있어서 그들과 연락하고 그들로부터 광고 요청을 받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게 단가가 나오기 어렵다면, 비슷한 컨텐츠를 제작하는 영세 크리에이터들이 그룹으로 묶여서, 한 회사가 그 그룹에 광고 요청을 넣으면 크리에이터들이 각각 홍보를 하고 광고비를 나누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사실 이런 건 이미 구글이 애드센스를 통해서 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애드센스가 완전히 커버하지 못하는 크리에이터의 욕구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 유의미한 매출을 발생시키려면 정말 많은 뷰와 클릭수를 얻어야 하거나, 컨텐츠의 질을 떨어뜨려 팬들을 떠나게 할 리스크가 있는 등.불가능할 시나리오: Upwind 같은 사례들이 많이 존재하지 않을 때. 이럼 일단 위의 희망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서비스 등을 만든다고 해도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기 어렵다. 그렇기에 그만큼 실제로 지금 좋은 도구를 제공하기만 하면 기다렸다는듯이 호응할 중산층 크리에이터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거다.
이 모든 질문들과 가설들은 아직 완성되었다기보다는 계속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다. 댓글을 통한 지적과 질문도 환영이고, 답을 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더욱 좋다!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글들을 종종 쓸 계획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딜레마는 어려운 만큼, 누군가가 반드시 풀어볼 만한 문제인 것 같다.
이미 빅테크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돈을 잘 벌고 있는 크리에이터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뉴스레터’라는 컨텐츠 자체를 작성하는 행위의 사용자 경험은 개선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기능들은 Substack가 앞으로 출시할 제품들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덕행님의 Substack에 관한 예전 글을 읽고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는데, 이번 글 역시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 역시 지식 콘텐츠 중심의 콘텐츠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또 시도해보고 있는데요. 최근에 뉴스레터 콘텐츠의 비즈니스 가치와, 콘텐츠에 전달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덕행님과 커피챗 해보고 싶어 코멘트 남깁니다!
작년에 저희 팀에서 쓴 여러 콘텐츠들과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담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참고차 함께 첨부합니다.
https://creatorhood.substack.com/
https://www.instagram.com/yoll_daily/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는 정말로 빅테크 기업들이 잘 쥐고 있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을 보면, 세상은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열정을 보여주라고 예전부터 말해왔던 것 같아요.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평범한 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요.
자신이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믿는 사람들이 컨텐츠로 성공하려면 살아온 관성을 극복하고 메타인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삶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지나치게 스스로를 옥죄는 방식이 아니어야 하며, 호기심과 학습을 함께 하면서 글과 콘텐츠를 꾸준히 나만의 방식으로 작성하고 개선하는 인내의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